미국 모히건그룹이 인천 영종도에 세운 인스파이어리조트가 개장 1년 만에 경영권을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에 넘겼다.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 아래 출발했지만, 첫해 실적부진과 1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모히건이 전략적투자자(FI)인 베인캐피탈과 체결한 재무 약정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VIP 카지노 고객 유치 실패와 과도한 초기 판촉비용을 실적부진의 주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20일 인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리조트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이 지난 17일 인스파이어의 모회사인 ‘MGE코리아리미티드’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MGE코리아는 모히건의 자회사로 지분 100%를 담보로 베인캐피탈에서 2억75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대출받았으나 특정 재무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베인캐피탈이 인수 권리를 행사하게 됐다. 리조트의 사명에서도 ‘모히건’이 제외된다.

지난해 1월 정식 개장한 인스파이어는 북미에서 복합리조트 7곳을 운영하는 모히건그룹이 영종도에 건설했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계획 공모에 선정된 후 외국인 투자 유치 등 총 16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입해 공사를 시작했다. 리조트는 5성급 호텔 3개동, 1만5000석 규모의 아레나,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컨벤션,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갖추며 동북아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목표로 했다.

정부의 기대도 컸다. 인스파이어는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신규 허가를 받은 사례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스파이어의 생산유발 효과를 5조8000억원,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 효과를 2만8000개로 전망했다. 정부는 카지노와 아레나 공연장을 앞세워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난해 개장 행사에 문체부 장관이 참석해 한국 관광업 활성화 및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과 달리 개장 첫해부터 실적부진이 이어졌다. 인스파이어의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연결기준 매출은 2190억원이었으나 영업손실이 1564억원에 달했다. 외국인 고객 유치가 저조하고 초기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재무부담이 커졌다. 

카지노 VIP 고객 유치 실패가 실적부진을 키웠다. 인스파이어의 카지노 매출 비중은 49%로 동종 업계인 파라다이스(76%)와 롯데관광개발(73.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복합리조트 사업에서 카지노는 핵심 수익원으로 VIP 고객 유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인스파이어 카지노는 대중 고객층을 대상으로 설계하고 공연장 및 행사 유치에 초점을 맞춘 운영전략을 택하면서 VIP 고객 유입이 저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VIP 하이롤러들은 주로 테이블 게임을 선호하지만, 인스파이어 카지노의 경우 테이블게임(160석)보다 대중 고객 대상인 슬롯머신(400대)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아레나 공연장과 오로라 거리에는 많은 관광객이 몰렸지만 이들을 숙박이나 카지노로 유인하지 못하면 핵심 수익 창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개장 초기인 데다 근처에 경쟁사인 파라다이스시티가 있어 출혈경쟁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인스파이어는 대규모 인력 확충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영업비용으로 3754억원을 지출했다. 파라다이스 역시 지난해 VIP 마케팅을 강화하며 영업이익이 6.7% 줄었지만 매출은 7.8% 증가하며 사상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베인캐피탈로 경영권이 넘어간 만큼 카지노 운영전략을 재정비해 적자 폭을 줄이고 VIP 유치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인스파이어는 오는 2046년까지 총사업비 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스파이어 관계자는 “베인캐피탈은 인스파이어 프로젝트의 초기 개발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해온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투자자"라며 "베인캐피탈이 업계에서 쌓은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운영안정성과 장기적인 성장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