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본·재직증명서 등 무리한 요구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 인천지역 활동 위축
警 “유흥업소 종사자·전과자 제한 불가피”

인천 검단 자율방범대가 지역 범죄예방을 위해 검단 먹거리골목 일대에서 동네 순찰을 하고 있다. 이시명기자

“단지 봉사하고 싶은 마음인데. ‘저를 조사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드네요.”

지난 18일 인천 부평구에서 만난 A씨는 “경찰이 자율방범대를 관리하면서부터 재직증명서 등 3~4종의 서류를 요구했다”며 “우리 동네 자율방범대원들 모두가 ‘하지 않겠다’며 5개월째 활동을 멈추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개인 신상을 다 확인하려는 경찰의 까다로운 태도에 실망했다”며 “이참에 의용소방대로 옮겨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A씨와 함께 자율방범대 활동을 중단한 B씨도 “경찰이 나에 대해 하나도 빠짐없이 다 캐내려는 기분이 들었다”며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인데 자질구레한 것까지 들추는 것 같다”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현재 이들이 활동했던 자율방범대 컨테이너는 수개월째 홀로 방치돼 있다.

인천 검단 자율방범대가 지역 범죄예방을 위해 검단 먹거리골목 일대에서 동네 순찰을 하고 있다. 이시명기자

인천지역 자율방범대 관리 주체가 종전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찰로 넘어간 뒤 이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찰이 자율방범대원들의 세세한 개인정보까지 들춰볼 수 있는 많은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자율방범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경찰은 자율방범대를 관리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역 자율방범대는 지난해 3천255명에서 올해 2천725명으로 500명 이상 감소했다.

현재 일선 경찰서별로 자율방범 활동을 할 시민들에게 주민등록등본, 행정정보활용동의서(전과기록 확인용), 재직증명서 또는 사업자등록증, 개인정보활용동의서 등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경찰서는 자율방범대원 신청자가 청소년 유해업소에 종사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어 경찰은 해당 서류들을 토대로 신원을 조회하고, 최종적으로 지역별 경찰서장이 승인해 정식 대원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반면, 그동안에는 자율방범대원 신청서와 이력서, 주민등록등본만 내면 별다른 신원조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율방범 봉사활동에 참여가 가능했다. 현재 소방본부가 담당하는 의용소방대도 신청서 등만 제출하면 활동이 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율방법대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경찰은 아무에게나 방범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리적으로 전과자나 유흥업소 종사자 등 경찰 관리 대상자들은 활동을 제한해야 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